헬리코박터 제균 치료, 이 약들과 함께 먹으면 위험합니다

위염이나 위궤양의 원인으로 잘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(Helicobacter pylori).
이 균은 단순한 위염을 넘어서 만성 위축성 위염, 위궤양, 나아가 위암의 위험까지 높이는 세균입니다.


따라서 한 번 발견되면 대부분 항생제를 이용한 제균치료(박멸치료)를 하게 됩니다.

그런데 헬리코박터 치료는 단순히 항생제만 먹는 게 아니라, 여러 가지 약이 함께 들어갑니다.
문제는 이때 다른 약들과의 상호작용이 생기면,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죠.
오늘은 약사가 직접 알려드리는 헬리코박터 제균치료 중 중단하거나 주의해야 할 약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.

식사를 마친 후 배를 잡고있는 대머리 남자


💊 헬리코박터 제균치료, 어떤 약이 들어있을까?

일반적으로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는 3제 요법 또는 4제 요법으로 이루어집니다.

  • 3제 요법: 프로톤펌프억제제(PPI) + 클라리스로마이신(Clarithromycin) + 아목시실린(Amoxicillin) 또는 메트로니다졸(Metronidazole)
  • 4제 요법: 위 조절 약제(PPI) + 비스무트제제 + 테트라사이클린(Tetracycline) + 메트로니다졸(Metronidazole)

3제 요법은 1차 치료로, 4제 요법은 내성이나 재치료 시 사용됩니다.
이 약들은 제균 효과가 뛰어나지만, 간에서 대사 되거나 혈중 농도에 영향을 주는 약이 많기 때문에 약물 상호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.
따라서 치료 전에는 반드시 현재 복용 중인 약을 약사나 의사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.


⚠️ 1. 고지혈증약(스타틴계)은 잠시 중단하세요

클라리스로마이신은 간의 CYP3 A4 효소를 억제하는데,

이 효소는 심바스타틴, 로바스타틴, 아토르바스타틴 같은 스타틴계 고지혈증약을 분해하는 데 필요합니다.
따라서 두 약을 함께 복용하면 혈중 농도가 급격히 높아져 근육통, 근육 손상, 심하면 횡문근융해증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.

➡️ 제균치료 기간(보통 1~2주)은 스타틴을 잠시 중단하거나,
필요시 로수바스타틴, 프라바스타틴처럼 비교적 안전한 약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습니다.


⚠️ 2. 혈액응고억제제(와파린, NOAC 등) 복용 중이라면 주의

클라리스로마이신과 메트로니다졸은 **와파린(Warfarin)**의 효과를 강화시켜, 혈액이 지나치게 묽어질 수 있습니다.
그 결과 코피, 잇몸출혈, 멍, 심하면 위장관 출혈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.

➡️ 와파린을 복용 중이라면 제균치료 중 **INR 수치(혈액응고 정도)**를 자주 확인하고 용량을 조정해야 합니다.
엘리퀴스(Apixaban), 자렐토(Rivaroxaban) 같은 **NOAC(신형 항응고제)**도 큰 문제는 없지만, 출혈 위험이 약간 올라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.


⚠️ 3. 항부정맥제 복용자는 병용 금지

클라리스로마이신은 심장의 전기신호를 지연시켜 QT 간격 연장이라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.
따라서 평소 아미오다론, 소타롤, 프로파페논 등을 복용 중이라면 부정맥이 심해질 위험이 있으므로 함께 복용하지 않아야 합니다.


⚠️ 4. 수면제·항불안제 복용 중이라면 용량 조절 필요

클라리스로마이신은 간 대사를 억제하기 때문에, 미다졸람, 트리아졸람 같은 수면제와 함께 복용하면 약효가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습니다.
그 결과 심한 졸림, 어지러움, 호흡저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.

➡️ 수면제나 항불안제를 복용 중이라면, 치료 기간 동안 용량을 줄이거나 일시 중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.


⚠️ 5. 피임약을 복용 중인 여성은 추가 피임이 필요합니다

항생제, 특히 테트라사이클린이나 메트로니다졸은 장내 세균을 변화시켜 피임약의 흡수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.
즉, 피임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죠.

➡️ 따라서 제균치료 기간에는 콘돔 등 추가 피임법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.
이건 흔히 간과되지만 실제로 임신 계획이 있는 분들에겐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.


⚠️ 6. 리튬·디곡신 복용자도 주의

리튬을 복용 중인 사람은 메트로니다졸과 함께 먹으면 리튬 농도가 올라가 **리튬 중독(어지러움, 떨림, 구토, 혼돈)**이 생길 수 있습니다.
디곡신을 복용하는 심장질환 환자라면, 클라리스로마이신이 디곡신 농도를 높여 부정맥, 구토, 시야 흐림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.

➡️ 두 약 모두 혈중 농도 모니터링이 중요하므로, 제균치료 전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세요.


🚫 7. 술은 절대 금지!

특히 메트로니다졸이 포함된 제균치료 중에는 절대 술을 마시면 안 됩니다.
이 약은 알코올과 반응해 얼굴이 붉어지고 두통, 구토, 가슴 두근거림, 저혈압 등을 일으키는 알코올 불내증 반응을 유발합니다.
심한 경우 실신할 수도 있습니다.

➡️ 제균치료 기간에는 술뿐 아니라 알코올이 함유된 구강청결제, 감기약, 시럽제 등도 피해야 합니다.


💡 정리

헬리코박터 제균치료는 1~2주라는 짧은 기간이지만, 항생제와 위산억제제 등 다양한 약이 함께 들어가므로

약물 상호작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.

 

특히 주의해야 할 약물

  • 고지혈증약(스타틴계)
  • 혈액응고억제제(와파린, NOAC)
  • 항부정맥제
  • 수면제·항불안제
  • 피임약
  • 리튬, 디곡신

치료를 시작하기 전, 지금 복용 중인 약을 모두 의사에게 알리는 것만으로도 부작용의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.
이 한 번의 확인이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, 몸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.


📍TIP

  • 제균치료 기간엔 약 복용 시간을 철저히 지키세요.
  • 술, 흡연, 자극적인 음식은 모두 치료 효과를 떨어뜨립니다.
  • 치료 후엔 헬리코박터 재검사(대변항원검사 or 요소호기검사)를 꼭 받아야 완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.